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침대 위에서 흉측한 벌레로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갑옷처럼 딱딱한 등을 깔고 누웠는데 고개를 약간 들자 아치형의 딱딱한 마디들로 나뉜 볼록한 갈색 배가 보였다. 이불은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 볼록한 배에 간신히 걸쳐져 잇었다. 몸뚱이에 비하면 애처로울 만큼 가느다란 다리 여러 개가 눈앞에서 하릴 없이 버둥거렸다.
카프카의 변신은 위의 문구로 시작한다.
부양능력이 없는 부모와, 어린 동생 대신 생업전선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갑자기 한순간에 '벌레'로 변해버린 남자.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목적없이 반복되는 삶 속에서 사장에게 혼날까봐 제대로 쉬지도 못 한 채 일만 하며 살아왔다.
그럼에도 벌레가 되어버린 그에게 가족들은 등을 돌리고, 방에 거의 가둬둔 채 그를 경멸한다.
그가 여태껏 가져다 주었던 월급, 삶의 안정이나 그런 것들은 애초에 모르는 일이었다는 듯이..
사실 <변신>을 읽지 못한 이들은 이 소설이 엄청나게 두껍거나, 되게 어렵지 않을까 하는 편견이 있을지도 모른다.
근데 책마다 조금씩 편집의 차이는 있겠으나 100-150쪽 내외의 분량으로 간단하고, 1인칭 시점이라 읽기도 편하다.
주로 벌레로 변한 뒤의 내면심리와 벌레의 눈으로 바라보는 가족들의 모습이 주된 내용이다.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 잠자는 왜 자신이 인간이 아닌 벌레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경악하며
처음엔 가족들에게 모습을 들키지 않고, 폐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너무나 자신을 증오어린 눈으로 보고, 스스로 죽어갔으면 좋겠다는 듯이 행동하는 가족들의 모습에 서서히 지쳐간다.
마음 여린 어머니조차 벌레로 변한 흉측한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끝내 외면해버린다. 그레고르는 인간으로 돌아가는 삶은 포기한채 벌레로서의 생도 끝내 포기하는 것으로 끝이난다.
벌레라니..
지금이야 그렇게 파격적인 소재가 아닐지라도, 이 책이 나왔을 1912년에는 충격적인 소재였을 것이다. 왜 이런 소설을, 어떻게 이런 소설을
썼을까. 생각보다 카프카는 불행한 사람이었고, 살아 생전에는 유명하지 않았으며, 아버지와의 불화와 동생들의 잇단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까지 있는 인물이었다.
카프카는 평생 불행하게 지냈다. 프라하의 상층부를 장악하고 있던 독일인에게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같은 유대인들로부터는 시온주의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배척받았다. 생전에 카프카는 출판업자들의 요청으로 마지못해 발표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를 꺼렸으며, 발표된 작품들도 대중의 몰이해 속에 거의 팔리지도 않았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친구에게 보낸 유서에서 자신의 모든 글을 불태워줄 것을 부탁했을 만큼 쓰는 것 외의 다른 것을 바라지 않았지만, 세계의 불확실성과 인간의 불안한 내면을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그려낸 그의 작품은 타계후 전 세계에 알려졌다.
-네이버 저자 소개 中
1908 ~ 1922.07 노동자재해보험국에서 일했던 카프카는 당시 열악했던 유럽 노동 환경 속에서 개인들의 무기력함이나 우울감들을 지켜보면서 그런 감정들을 소설 속에 투영했던 것 같다. 아마도 무의미하게 일만하는 노동자들이 벌레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고, 비유한 것이 아니었을지 ..
지금 우리나라의 노동환경도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그 속에서 사람들의 우울감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쳇바퀴 같은 삶 속에서 무의미하게 살아가야만 했던 당시의 노동자들과 지금 한국의 노동자들이 얼마나 다른지 잘 모르겠을 정도니까.
프란츠카프카의 <변신>은 가볍게 읽히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생각할 것이 많아지는 무거운 소설인 것 같다.
풍자소설인듯, 자전적 소설인듯 우울감이 충만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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